자본 성장 시스템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3월 16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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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8 전국민중대회 참석자들이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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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반대급부로 ‘그린워싱(green washing)’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하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을 말하죠.

그런데 최근 유엔(UN)과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두고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하는 대담한 학자가 등장했습니다. 앞서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고달픈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고뇌를 완화해주는 ‘종교’를 가리켜 ‘인민의 아편’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요, 저자는 이를 빌어 “지속가능한발전목표는 그야말로 현대판 대중의 아편”이라고 지적하죠.

이 대담한 사상가는 최근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일본의 경제학자 사이토 고헤이입니다. 오사카시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연구과의 부교수인 그는 1987년생의 젊은 나이임에도 깊은 통찰을 쏟아냅니다.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어지는 ‘도이처 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한 인물이라고도 하네요.

오늘 〈지구, 뭐래?〉는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에 담긴 인사이트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선뜻 수긍하기 힘든 주장이 잔뜩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천천히 따라오시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정말 그 값을 하고 자본 성장 시스템 있는지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먼저, 저자는 “자본주의가 인간뿐 아니라 자연환경도 약탈해 왔다” -31쪽 고 지적합니다. 자본주의는 사회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는데요, 주변부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착취하고 그 생산물을 마구 사들임으로써 중심부는 더 큰 이윤을 남겨 왔습니다. 그런데 착취 대상에는 인간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도 포함됩니다. 선진국이 주변부로부터 자원, 에너지, 식량 모두 착취하고 있다는 거죠.

팜유를 예로 들어볼까요 (31쪽) . 팜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산화되지 않아서 가공식품, 과자, 패스트푸드 등에 널리 쓰입니다. 이런 팜유의 주생산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입니다. 팜유의 원료인 기름야자의 재배 면적은 21세기 들어 배 이상 넓어졌고, 열대우림 난개발로 밀림이 급속하게 파괴됐습니다.

팜유 농장 [123RF]

이뿐인가요. 개간의 결과로 토양 침식이 일어났고, 비료와 농약이 하천으로 흘러간 탓에 물고기가 줄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물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해왔기 때문에 전보다 더 돈이 필요해졌습니다. 오랑우탄, 호랑이 등 멸종위기종 불법 거래에 발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죠.

또 다른 예로는 전기차가 있습니다 (96쪽) . 내연기관 자동차가 배출하는 막대한 탄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기차 등 저탄소 차량은 필요하고,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전기차 생산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 필수예요. 리튬은 건조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지하수에 농축되는데, 그래서 리튬을 함유한 물을 퍼 올린 다음 수분을 증발시키면 리튬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문제는 물을 어마어마하게 퍼 올린다는 점입니다. 한 회사가 초당 1700ℓ나 되는 지하수를 끌어올린다고 하니 말 다했죠. 건조한 지역에서 그렇게 많은 지하수를 퍼 올리면 일대의 생태계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용할 담수의 양도 줄어들고요.

코발트도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입니다. 전 세계 코발트의 약 60%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제공된다고 합니다. 콩고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하며 정치·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한 나라죠. 전 세계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규모 채굴과 채굴지 확대는 콩고에서 수질 오염, 농작물 오염, 환경 파괴, 경관 파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콩고에선 비공식적인 노예 노동과 아동 노동이 만연합니다. 이 중에는 6~7세에 불과한 어린아이도 있다고 해요.

우리는 이처럼 자연을 약탈하면서도, 그에 따른 비극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미루고 부담을 전가해 왔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팜유와 전기차 사례는 일종의 ‘공간적 전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본주의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시간적으로 전가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는 주주와 경영자의 의견은 반영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 세대의 의견은 무시” -47쪽 한다는 거예요. 현재가 번영하기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 겁니다.

프랑스에선 ‘대홍수여, 내가 죽은 뒤에 와라’는 관용어가 있다고 해요. 프랑스에서 무책임한 정치인을 지적할 때 자주 활용되는데요, 프랑스를 잘못 이끌어 대혁명의 계기를 제공했던 루이 15세가 이렇게 얘기했다는 설도 있어요. 근데 이 표현은 자본주의가 환경 위기를 미래로 전가하는 모습을 꼬집을 때에도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지구는 유한하고, 그래서 지구 환경에 대한 착취도 영원할 수 없습니다.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 필요한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미개척지가 더이상 없듯이, 채굴과 자본 성장 시스템 전가를 위해 필요한 ‘저렴한 자연’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36쪽

이때 자본주의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녹색 성장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던 자본가들이 ‘환경을 신경 쓰면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찾아낸 겁니다. “UN, 세계은행, IMF, OECD 등 국제 엘리트들이 모두 지속가능한성장을 강조하며 ‘녹색 성장’을 좇고 있습니다. 녹색이야말로 새로운 경제 성장의 찬스” -62쪽 라는 거죠.

[123rf]

녹색 성장을 이해하는 데에는 ‘디커플링’이라는 개념이 도움을 줍니다. 디커플링은 ‘떼어냄’, ‘분리’ 등을 의미하는데요. 보통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에 주는 부담(환경 부하)은 늘어나는데, 녹색 성장은 이 두 현상을 디커플링시켜 보겠다는 겁니다. 경제 성장률에 비해 탄소 배출의 증가율을 상대적으로 떨어트리는 ‘상대적 디커플링’과, 아예 절대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도 목표하는 ‘절대적 디커플링’이 있는데요. 녹색 성장의 목표는 절대적 디커플링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절대적 디커플링은 환상에 가깝다고 맹공합니다. 우선, ‘경제 성장→자원 소비량 증가→탄소 배출량 증가’라는 고리를 끊어내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에너지 효율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상대적 디커플링에는 성공한 것 같네요. 하지만 경제 성장의 중심이 중국과 브라질로 옮겨왔고, 그 과정은 디커플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2004년부터 2015년 사이, 전 세계 실질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비율은 매년 0.2% 낮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절대적 디커플링은 꿈꾸기 어려운” -72쪽 실적이죠.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결국 문제는 신흥국인데, 걔네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앞서 살펴봤던 자본주의의 ‘공간적 전가’를 떠올리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중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채집된 자원과 생산된 상품 중 적지 않은 것들이 선진국으로 수출돼 소비됩니다. 부담을 떠넘긴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일어난 디커플링은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실제 환경학자 토마스 비트만은 국제 무역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재료 발자국(소비된 천연자원)’을 계산했는데요. 분명 선진국의 국내 물질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수입하는 자원의 재료 발자국을 더해보니 각국의 재료 발자국은 실질GDP와 비슷한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87쪽)

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화는 디커플링의 필수 요소인데, 역설적으로 효율화 때문에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더 어려워진다” -76쪽 는 거예요. 신기술이 개발돼 효율성이 높아져도, 상품이 그만큼 저렴해지는 바람에 결국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TV의 전력 효율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큰 TV를 삽니다. 자동차 연비가 향상됐지만, SUV 같은 대형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효율 향상이 무의미해졌고요.

기술이 자본 성장 시스템 아직 덜 발달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요? 슬프게도, 기술이 보여주는 미래 역시 어둡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200만대인 전기자동차가 2040년에는 2억8000만대까지 늘어날 예정인데요. 그로 인해 줄어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불과 1%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배터리 원료 채굴 과정, 전기 자동차 생산 과정에도 화석 연료가 쓰이고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죠.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 포집 및 저장이 가능한 발전 설비에는 물이 대량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발전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것에만, 물이 연간 1300억t이 필요하다고 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국 내에서는 녹색을 칭송하는 경제 정책이 실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주변부에서는 갈수록 약탈이 심해지고 있다. 주변주의 약탈이 중심부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략) 멸종에 이르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96쪽

녹색 성장이 정말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애초에 성장을 포기해야 할까요? 저자는 “그렇다”고 얘기합니다. “경제 성장을 포기하고, 기후 변화 대책의 방안으로 탈성장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103쪽 는 거죠.

사실 탈성장을 주장하면 당장 무수한 비난들이 쏟아집니다. “여전히 물, 소득, 교육 등 기본적인 사회적 기초가 불충분한 국가가 많은데, 성장을 포기하자고? 선진국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PC(정치적 올바름) 아니야?” “결국 청빈하게 살자는 건데, 진짜 노동자들의 고통을 모르는군!” 하고 말이죠. ‘경제 성장만이 사회에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이 같은 비난은 타당할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반문합니다. “자본주의가 이만큼이나 발전했는데, 아직도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가난한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120쪽

미국과 유럽 각국을 비교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독일, 프랑스, 북유럽 등 국가 중에는 1인당 GDP가 미국보다 낮은 나라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복지 수준은 미국보다 훨씬 높아서 의료와 고등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지기도 하죠. 반면 미국에선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고생하는 사람도 수없이 많습니다.

저자는 성장을 고집하는 대신, 분배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예를 드는데요, “전 세계 식량 공급의 1%만 있어도 8억5000만명을 기아 상태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전력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약 13억명이라고 하는데, 그들 모두에게 전력을 공급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단 1%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14억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는 세계 전체 소득 중 겨우 0.2%만 재분배해도 충분” -108쪽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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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경제 성장에 연연하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아도, 자본이 갈라놓았던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극심한 격차와 불공정은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거죠. “선진국이 쓰려 하는 자원과 에너지를 ‘주변부’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행복도는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109쪽

탈성장, 평등, 분배… 사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당장 ‘정체’나 ‘쇠퇴’와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주잖아요. 특히 저자가 속한 일본 사회의 경우, ‘잃어버린 30년’ 때문에 취업 빙하기에 처한 젊은 세대들이 탈성장을 외치는 기존 세대와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사실 탈성장 개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했을 당시, 리버럴 좌파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 탈성장을 외쳤다고 해요. 하지만 이미 마르크스주의에 “과거로의 불가능한 회귀를 꿈꾸는 공상주의”라는 낙인이 찍혀있는 만큼 그들은 사회주의(공산주의)와는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탈성장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유지하되, 사회민주주의식 복지국가 정책으로 시장을 다스리자는 선에서 타협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 안에서의 탈성장’은 불가능하다며, 기존 탈성장론자들과는 선을 긋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성장이 멈추면, 기업은 더욱 필사적으로 이익을 올리려 들 텐데, 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 임금 삭감,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등.. 오히려 격차를 벌리고 약탈을 심화” -134쪽 할 수 있죠.

그래서 저자는 탈성장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GDP에 꼭 반영되지 않는, 사람들의 번영과 생활의 질에 중점을 두자는 거죠. 즉 저자가 주창하는 탈성장이란, “지구의 한계를 주의하면서 경제적 격차 해소, 사회 보장 확충, 여가 증대 등을 중시하는 경제 모델로 전환하는 일대 계획” -135쪽 입니다.

아직 저자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평등한 대신 국가가 처벌과 감시를 남용하는 ‘마오쩌둥주의’, 불평등하고 국가 권력도 강한 ‘파시즘’ 등, 사회주의를 생각하면 이런 실패 사례들이 떠오르는데요. 탈성장 사회주의는 이와는 다릅니다. 저자는 평등하면서도 국가 권력은 약한, 아직 인류가 가본 적 없는 ‘제3의 길’이 있다고 해요.

제3의길은 또 뭘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최근 이뤄지는 마르크스 재해석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커먼(common)’ 혹은 ‘공(共)’이라는 개념을 소환합니다 (144쪽) . 커먼이란,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富)를 가리키는데요, 편의상 여기선 공유지라고 부를게요. ①물과 토양 같은 자연 환경, 전력과 교통 같은 사회적 인프라, 교육과 의료 같은 사회제도를 사회 전체의 공동 재산으로 삼아 ②국가의 규칙이나 시장의 기준에 맡기지 말고 사회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저자의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자본주의는 공유지를 해체하면서 성장했습니다. 토지를 예로 들까요 (239쪽) . 토지를 사회 전체가 관리하는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굳이 상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자본가는 토지에서 사람들을 내쫓고 상품의 희소성을 높여 부를 축적했습니다. 하천도 마찬가지입니다 (240쪽) . 마실 물과 물고기, 그리고 에너지(수력)까지 제공하던 우리 모두의 자원 하천을 대신해, 특정한 곳에만 존재하고 누군가 독점할 수 있는 화석연료가 자본주의를 부흥(산업혁명)시켰죠.

공유지가 사유지가 되면, “그 소유자인 자본가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맘대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땅을 갖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떨어져도, 토지가 점점 메말라도, 수질이 오염되어도, 누구도 소유자의 횡포를 막지 못합니다”. -244쪽 자본가의 재산이 늘어나면서 화폐로 계측되는 ‘국가의 부’는 늘어나지겠지만 ‘공공의 부’는 감소하게 되는 비극이죠.

전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살아갈 지구 환경(공공의 부)이 황폐화된 것을 떠올리면 쉽겠네요. “자본주의는 파괴와 낭비같은 행위조차도 희소성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절호의 기회로 삼습니다. 파괴와 낭비가 풍요로운 것을 점점 희소하게 만들면, 그와 동시에 자본이 가치를 증식할 기회가 생겨나는 것이죠. 기후 변화가 비즈니스 찬스인 것도 그 때문” -252쪽 입니다.

결국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한 방법은 공유지를 재건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이전의 ‘공공의 풍요’를 되찾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전력은 공유되어야 합니다. 전력의 관리 권한이 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죠. 국영화라는 표현 대신 ‘시민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이미 덴마크와 독일,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 등에서 시민영화 모델이 등장했다고 해요. 시민이 시의회를 통해 사모채권이나 녹색채권으로 돈을 모으고, 방치된 경작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의 자급자족 모델이죠.

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소비한다면, 그간 전기요금으로 나가던 돈이 그 지역 내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애초에 영리를 목적으로 축적된 돈이 아니니, 그 돈은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쓰일 것이고요.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공유지가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있음을 느끼고, 공유지 관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260쪽

본격적으로 탈성장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팁’들을 살펴볼까요. 우선 성장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런 감속은 ‘노동과 생산의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다섯 가지 주춧돌 위해서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주춧돌은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합니다.

① ‘상품가치’ 대신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경제로 전환해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서 벗어나자: 상품의 가치가 중요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사용가치(유용성)이나 상품의 질, 환경 파괴 등은 어찌 돼도 상관없이 잘 팔리기만 하면 됩니다. 일단 팔고나면 그걸 곧장 버려도 상관없고요. -298쪽

② 노동시간을 줄이고 생활의 질은 높이자: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노동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무의미한 일을 줄인 것이라 실질적인 사회의 번영은 유지될 겁니다. 실은 유지 정도가 아니죠. 노동 시간 단축은 사람들의 생활에도, 자연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300쪽

③ 노동을 획일화하는 분업을 폐지해 노동의 창조성을 회복시키자: 노동시간이 단축돼도 노동 자체가 지루하고 힘들면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소비주의적 활동에 몰두할 겁니다. 그래서 노동이라는 활동의 핵심을 바꿔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인간다운 생활을 되찾기 위해 필요합니다. -304쪽

④ 생산 과정에서 민주화를 진행해 경제를 감속시키자: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려면 노동자들이 생산 과정에서 의사결정권을 지닐 필요가 있습니다. 생산과정에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떻게 사용할지 열린 형식으로, 민주적인 토의를 거쳐 결정하는 거죠. 이 같은 ‘사회적 소유’의 핵심은 의사결정 과정의 속도를 떨어트린다는 것입니다. -307쪽

⑤ 사용가치 경제로 전환해 노동집약적인 필수 노동을 중시하자: 탈성장 사회주의는 기계화가 어려워서 인간이 노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동집약적산업’을 중시하는 쪽으로 사회의 방향을 전환합니다. 그 전환은 경제 활동의 속도를 떨어트릴 것입니다. 노동의 양상이 이렇게 변하는 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져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미래 사회와도 어울리고요. - 309쪽

지금까지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핵심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어떠신가요? 그간 자본주의의 경쟁 사회에 물들어 있던 저를 비롯해 대부분은 성장의 속도를 떨어트려야 한다는 저자의 발상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지금의 자본주의로는 미래 세대에게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힘들다는 것 자체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할애해 전 세계 곳곳에서 탈성장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사례를 소개합니다.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인데요, 전력과 식량의 자급자족, 자동차·비행기·선박 제한 등을 선언한 ‘두려움을 모르는 도시’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선 오래전부터 사회주의적 시도가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는데요, 기후 변화 문제가 이 운동을 한데 모아 더욱 커다란 시스템 변혁을 추구할 수 있도록 밀어줬다고 하네요.

스페인 바르셀로나 [123RF]

이런 시도들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잘 풀릴지 어떨지도 모르는 계획을 믿고 99%의 사람이 움직이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뒷걸음질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중략)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시스템 변혁이라는 과제의 거대함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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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성장 시스템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권고하는 금융기관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임. 위험가중자산은 빌려준 돈을 위험 정도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으로 위험이 높을수록 가중치를 높게 적용하여 산출함.

개인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 은행에는 부실채권이 쌓이게 된다 . 이는 개별 은행의 손실을 넘어 국가경제 전반의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다 .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각 은행으로 하여금 국제결제은행 (BIS) 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 산하의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으로 은행들의 과도한 위험자산 보유를 제한하여 일차적으로는 예금자 를 보호하고 더 나아가 은행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고자 도입되었다 .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청산능력 , 다시 말해 은행이 잠재적으로 떠안고 있는 위험가중자산을 자기자금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 더 나아가 한 국가의 은행부문 전체 BIS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하여 그 국가의 금융시장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 국가별 BIS 자기자본비율은 금융위기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국면에서 국제투자가 들이 주목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

한국은 1993 년에 BIS 자기자본비율 제도를 도입하였고 1995 년 연말부터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하였다 . 한국 은행들의 위험자산 관리실패는 1997 년 외환위기 발생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 2000 년 이후 한국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괄목할 만한 개선을 보여 국제자본시장의 우량은행 평가기준인 10%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은행부문 총여신 중에서 3 개월 이상 연체되어 상환되지 않는 부실여신의 비중을 나타내는 이른바 무수익여신비율도 2003 년 2.6% 에서 2012 년 1.8% 로 낮아져 금융시장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 한국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0 년 현재는 선진국 수준인 16.5% 에 이르고 있다 .

1930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금융기구로 중앙은행 간 협력체 기능 수행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국제금융거래의 원활화를 위한 편의 제공, 국제결제업무와 관련한 수탁자 및 대리인으로서의 역할 또한 수행함. 한국은행은 1975년 연차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이래 국제통화협력을 위해 노력한 결과 1997년 1월 14일 정식회원으로 가입함.

자기자본비율 산출시 대차대조표상 자산계정의 단순 합계를 분모로 사용할 경우 자산을 구성하는 각 익스포저에 따른 리스크를 반영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각 익스포저 금액에 해당 위험가중치를 곱하여 합산한 금액인 위험가중자산을 분모로 사용함. 위험가중자산은 신용·시장·운영리스크로 구성되며, 각 리스크별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제시한 방법을 따르는 표준방법과 은행의 자체 내부모형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구분됨.

총자본 중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재무구조 지표(자기자본비율 = 자기자본/총자본 × 100). 자기자본은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정된 자본이므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함. 일반적으로 표준비율을 50% 이상으로 보는데 이는 자기자본이 타인자본인 부채보다 같거나 많아야 함을 의미.

은행 건전성을 규율하기 위한 국제기준 등을 제정하고 은행감독 관련 사안들에 대한 국제협력의 장을 제공하는 국제단체. 우리나라는 2009년 3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BCBS에 가입하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BCBS가 은행 규제체계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G10 이외 국가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은행 규제·감독 관련 국제기준 제정기구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짐.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발표한 신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으로,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진단을 통해 은행의 자본확충 기준(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 강화 등을 골자로 하며 국내에는 2013년 12월부터 적용됨.

자본 성장 시스템

우리나라 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1818~1883, Karl Heinrich Marx) 사상은 ‘절대 반지’였다. 자본과 권력에 맞설 강력한 힘을 지닌 이데올로기 무기였다.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그날’로 다가가는 지침서이기도 했다. ‘운동권’엔 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과도 같았다. 마르크스 서적은 명실상부 좌파의 바이블이었다. 하지만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고 동유럽이 무너졌다. 진보진영 마르크스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은 마르크스 책을 손에서 내려놨다.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가 파산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회민주주의자로,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뉴라이트로 대거 ‘사상전향’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르크스주의는 그렇게 진보진영 내에서도 ‘비주류의 비주류’로 고립됐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황량한 들판에서 아직도 마르크스주의를 한 손에 치켜든 채 “마르크스는 죽지 않았다”고 설파하는 학자가 있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경상대 경제학과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며 강의하는 정성진 교수(61)다. 1979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90년 논문 ‘한국경제에서의 마르크스 비율의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교수는 1970년대 후반 서울대 운동권 동아리 ‘사회철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했다. 이른바 ‘열혈 운동권 학생’이었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저물어가던 지난 11월8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교수는 “40년 전인 대학 시절 운동권 언더서클에서 《자본론》을 읽으면서 마르크스에 입문한 후 오늘까지 마르크스를 떠난 적이 없다”며 “이것은 자본주의 분석과 대안 모색에서 아직 마르크스 이상 가는 이론과 사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마르크스주의는 이미 죽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동의하지 않는다. 바로 이웃 중국만 보더라도 마르크스주의는 주요 대학들에서 필수 교과목이다. 시진핑 주석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중국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오늘날 중국 국가 이념임을 강조했다.”

중국이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따르는 것 같진 않은데.

“물론 현재 중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원래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과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로서의 마르크스 사상과는 크게 다르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엔 이러저러한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동안 상당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정통 마르크스주의와 동일시했던 옛 소련의 지배 이데올로기, 즉 스탈린주의는 오늘날 영향력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세기말 이후 자본주의 모순과 위기가 격화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비판과 대안으로서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운동이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만약 마르크스가 환생해 오늘날 세계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이론과 전망에 대해 뭐라 말할 것 같나.

“마르크스가 오늘날 환생한다면 자신의 전망이 대부분 적중했다고 말할 것 같다. 21세기 세계는 세계화, 전면적 상품화, 물상화(物象化), 착취에 기초한 이윤 추구, 양극화, 금융의 득세, 세계 경제위기, 자동화, AI(인공지능)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마르크스는 이것들을 150년 전에 정확히 예측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1848년 엥겔스와 함께 쓴 《공산당선언》에서 자본의 세계화 경향, 세계시장 창출 경향을 강조했다. 또 마르크스는 1867년 출판한 《자본론》 1권에서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상품화 경향, 그리고 인간과 인간 관계가 화폐와 화폐 관계로 전도되고, 인간이 만들어낸 화폐와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경향, 즉 물상화 현상, 노동자의 잉여노동 착취를 통한 자본의 이윤 추구 경향 등을 내다봤다. 또한 자본의 축적과 빈곤의 축적 등을 자본주의 발전의 일반적 법칙으로 정식화했다. 이는 정확히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자본주의 모순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이윤율 저하 경향과 금융을 매개로 한 세계시장 공황론을 이론화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그대로 현실화됐다. 신(新)고전파 주류경제학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예측과 설명에서 완전한 무능을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마르크스는 《그룬트리쎄》(1857~58년)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극한에서 자동화에 따라 일반지성이 출현하고 직접적 노동시간은 더 이상 가치를 규정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AI를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 담론을 무려 한 세기 반이나 앞질러 내다본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 연합

“文정부도 노동자 착취와 억압 시스템”

한국 경제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에 입각한 해법이 있다면.

“마르크스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 경제의 어려움, 예컨대 위기와 양극화는 한국 경제가 자본주의 체제에 머물러 있는 한 근본적 극복이 불가능하다. 즉 자본주의 안에선 답이 없다. 노동자의 잉여노동 착취와 축적, 이로부터 비롯된 궁핍화와 양극화, 또 반복되고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위기는 모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재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부유세, 기본소득, 소득주도성장 등과 같은 자본 성장 시스템 자본주의 틀 내에서의 개혁으론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통해서만, 그리고 이를 사회주의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통해서만, 즉 노동자 대중이 잉여의 생산 과정과 분배 및 전유(專有)의 전 과정을 직접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좌파적이라고 주장한다. 반(反)자본주의 혹은 마르크스주의라는 의미의 좌파와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기에 자본주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케인스가 고안한 유효수요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에서 성장은 임금 주도 혹은 소득 주도가 아니라 이윤 주도로 이뤄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임금 상승은,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경우 이윤율 저하로 자본 성장 시스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 감소로 이어져 성장 둔화로 귀결될 것이다. 물론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경우, 또 유효수요가 정체돼 있는 불황기엔 케인스적(的) 임금 주도 혹은 소득 주도 성장이 일시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장기적으론 지속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 분석으로서도 또는 그 대안으로서도 마르크스주의와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노동계 반발이 강하다.

“문재인 정부는 우파들이 주장하듯이 좌파 정부, 민주노총 정부, 참여연대 정부 등이 아니다. 자본가 정부다.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일부다. 문재인 정부의 행동반경은 자본축적 논리에 의해 규정·제한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일시적으론 지난번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에서 보듯이 친(親)노동적 개혁적 수사와 제스처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정부로서 노동자 대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 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것을 본령으로 한다. 자본주의 정부로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구조적으로 반(反)노동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자(勞資)대립 및 노정(勞政)대립은 향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개혁의 물적 토대가 취약해지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등 조직노동이 촛불투쟁과 같은 노동자 대중 투쟁이 고양된 정세에선 문재인 정부와 일시적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립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계와 정의당 등 진보진영 활동방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노동계와 정의당 등 우리나라 진보진영 주류가 1980년대엔 마르크스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1991년 옛 소련 동유럽 블록 해체 후 사회민주주의 개혁주의로 입장을 바꾼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21세기 들어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는 물론 반(反)자본주의 급진좌파 정치를 외면하거나 거리를 두고 있다.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명백해진 자본주의 틀 내에서의 개혁, 스웨덴 모델과 같은 사회민주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또 적폐청산 명분하에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치에 흡수됐다. 한편에선 진보정치에서 마르크스주의 반자본주의 급진좌파의 주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다른 한편에선 대중이 진보정치 일반으로부터 떠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진보진영, 마르크스로 다시 돌아가야!”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제도권 정치에서 더 영향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노동계와 정의당 등 현재 진보진영 주류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사회민주주의 정치 대신, 자신들이 오래전에 기각했던 마르크스로 돌아가 반자본주의 급진좌파 정치를 자신들의 정치 중심으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 옛 소련 동유럽 블록 해체 후 ‘역사의 종언’과 TINA(‘자본주의 시장경제 이외 대안은 없다’는 주장)의 광풍 속에서도, ‘제3의 길’ 대세에도 굴하지 않고 평생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하고 공공연하게 선전 조직해 온 미국의 샌더스와 영국의 코빈이 최근 집권을 넘볼 정도로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을 ‘마르크스주의 국가’로 분류할 수 있나.

“‘마르크스주의 국가’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사회주의로 이해한다면, 북한은 마르크스주의 국가가 아니다. 북한은 물론 ‘우리식 사회주의’를 자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인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에 기초한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으로서의 사회주의와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북한은 노동자 대중의 잉여노동이 당·국가에 의해 착취 전유되고 있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다.”

북한 주체사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일성 주체사상은 옛 소련 스탈린주의 등의 변형일 뿐이다. 게다가 오늘날 북한에선 중국과도 달리, 마르크스에 관한 담론 자체가 실종됐다. 남한보다 북한에서 마르크스 문헌들을 접하기가 어렵다. 중국과 달리 북한에선 이렇다 할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은 데서 보듯이 북한의 지배계급은 마르크스주의를 지배 이데올로기로도 활용하고 있지 않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로 분류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어디인가.

“마르크스주의를 이념으로 표방하고 있는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를 ‘마르크스주의 국가’로 이해한다면 중국, 쿠바, 베트남, 네팔 같은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마르크스가 뜻한 사회주의로 이해한다면, 자본 성장 시스템 그것은 오늘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쿠바, 베트남, 네팔 등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당·국가가 인민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세계에 마르크스적 의미의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정, 혹은 그것을 추구하는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오늘날 이행 과정으로서의 사회주의, 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는 존재하며 작동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본주의 모순과 위기가 격화되면서 점차 가속화·활성화되고 있다.”

12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8 전국민중대회 참석자들이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北,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

사회주의가 아닌 또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자본주의 안에선 대안 찾기가 어렵다는 것, 이른바 ‘좋은 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 등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 반(反)자본주의, 사회주의 이외엔 미래 인류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오늘날 핵전쟁,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심화, 지구 생태계 위기와 인류 공멸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본주의 위기는 이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정치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인류를 야만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로자 룩셈부르크(폴란드 출신 사회주의 혁명가)’가 내걸었던 ‘사회주의인가, 야만인가’라는 구호는 21세기 오늘날 더 현재적으로 들린다. 임박한 전 지구적 야만의 도래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인류는 사회주의 대안을 선택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나.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는 아무리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자동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류를 전쟁, 지구 생태계 파괴와 같은 비극과 야만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하더라도 대중이 마르크스주의,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치를 통해 이를 폐지하지 않는 한, 계속 형태를 변형하면서 존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가.

“현재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지배계급은 그간의 고도축적이 구조적 위기에 봉착하자 이를 노동자 대중에 대한 초과착취와 억압 강화를 통해 돌파하려 하고 있다. 또 이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담론과 같은 관제 자본 성장 시스템 마르크스주의로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노학(勞學)연대 투쟁에서 보듯이 중국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기존의 관제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의 착취와 억압에 맞선 투쟁의 무기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요컨대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 운명은 최근 중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또 지난 세기 초 러시아 혁명에서 보듯이, 노동자 대중투쟁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치의 융합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인내자본의 자본 성장 시스템 원활한 공급 위해 금융시스템 개선 절실 > NEWS

인내자본의 원활한 공급 위해 금융시스템 개선 절실 본문듣기

  • 기사입력 2017년06월29일 11시02분
  • 최종수정 2017년06월30일 16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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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역할, 효율적 조율 및 조정 메커니즘 구축

AFIN 제4차 공개세미나 “4차산업혁명과 정책금융”

정책금융기관 협의기구 상설화 및 조직 및 기능 재구축
산은, 4차 산업혁명의 맞춤형 지원 체계 플랫폼 기능 담당
중소벤처 및 혁신 기업 지원 중심으로 개편

한중일금융산업협력위원회(AFIN)는 29일 “제4차산업혁명과 정책금융”을 주제로 하는 제4차 공개세미나를 열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황건호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인내자본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제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자율성, 지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보고 의무 및 모니터링 방안도 강구해야 하며,또한 상업금융기관이 인내자본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는 정부의 주도 하에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자원 동원 및 배분이 중요한 과제였으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경제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더 이상 유효한 작동원리가 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다양한 경제 구성원들의 의견이 효율적으로 조율, 조정되는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자본 성장 시스템 토론에 나선 ▲이젬마 경희대학교 교수는 “재정·정책금융·민간금융이 명확한 원칙 없이 동일분야에 혼재하고 있어 중복지원 등 누수·낭비요인과 지원의 사각지대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재정자금, 정책금융, 민간금융간 지원대상을 차별화해 △재정은 R&D, 초기 벤처, 신기술개발 등 高리스크로 투자자금의 회수가 불투명하나 성공 시 그 혜택이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분야를 지원하고 △정책금융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금공급이 어렵거나 과소공급 되는 분야를 대상으로 하되 주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분야를 집중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4차산업혁명에 적합하도록 정책금융기관 협의기구(예:신성장위원회)를 상설화 하고,산업은행과 보증기관, 기업은행, 그리고 수출금융 등 정책금융기관들의 조직과 기능을 새롭게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건열 KDB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은 토론에서 “산은은 기업 및 투자금융 과정에서 축적한 심사 및 리스크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인내자본 투자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장기·저리 자금조달이 가능하여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대출 및 투자가 용이하다.”고 강조했다.김부행장은 “산은은 지난 1월 산업·기술 조사분석 역량을 보유한 전문 리서치 전담 조직인 산업기술리서치센터를 신설하고, 정부, 기업체, 산은내부 영업조직 등과의 상호피드백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안창국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산업금융과​ 과장은 “정책금융이 시장 실패를 보정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 마련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재정자금과의 중복지원, 출자회사 관리 부실, 방만 경영, 대기업 및 기간산업 위주 지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밝히고, “4차산업혁명 대비한 정책금융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그 방향은 △4차 산업 혁명 대비 중소벤처 및 혁신 기업 지원 중심으로 개편 △ 정책금융과 재정자금 및 정책금융 내 중복 해소 △ 민간 금융시장과 협업을 통한 시장원리에 입각한 효율적 자금공급 등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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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내용

자본이란 재화의 집합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다루는 학문,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회계학에서 자본을 자산(資産)·부채(負債)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기업의 총자산가치액에서 총부채액을 공제한 잔액으로 자본금과 잉여금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도 자본의 종류에 따라 개념의 차이가 나타난다. 생산요소로서 자본은 토지·노동 등의 생산요소와 결합하여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재를 의미하며, 생산재로서의 자본에는 자본주의 발달의 핵심 요소인 실물자본(實物資本)과 화폐자본(貨幣資本)이 있다.

화폐자본은 수익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화폐표시액으로서, 자본의 순환과정에서 구매력의 원본으로 맨처음 투하되어 실물자본을 구입하게 되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생산물이 되어 다시 화폐자본으로 표시된다. 이 과정에서 최종생산물의 소비되지 않은 부분은 다시 자본으로 형성되어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진다.

기타 중요한 자본의 종류에는 사회간접자본·인적자본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자본은 연구 목적에 따라 유동자본과 고정자본, 또는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자본의 연구는 자본의 축적과정, 해외자본의 도입, 자본시장연구 등과 관련지어 중요성이 크다.

우리 나라에서 자본 축적이 이루어져 자본을 중심으로 재생산을 하고 산업이 발달하게 된 것은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였다. 그 이전에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데 불과한 미미한 상업자본이 존재하였을 뿐이다.

18세기 후기에 와서는 도시에서뿐만 아니라 지방 시장에까지 상업이 확대되어, 전통적인 특권상인인 시전(市廛)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난전(亂廛)도 번성하여 대상인자본가(大商人資本家)가 출현하였다.

수공업 부분에서도 관공장제(官工匠制)가 해체되고 독립자영 수공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수공업자도 자유롭게 상행위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신생 상공업자들은 스스로 경제력을 배양하게 되고 나아가서 자유로운 자본 축적을 이루어 자본주의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로 진입하였다.

농업 부문에서는 지주경영(地主經營)이나 소농경영을 막론하고 경영규모가 확대되지 않았고 기술분화도 없었으며, 오히려 무거운 조세부담으로 농민의 이농현상이 심하게 나타나 농업생산은 감소하였다.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뒤 일본상인들이 대거 진출하여 무역액이 매년 2배 내지 3배로 늘어났으며, 무역품의 내용도 다양해졌다. 개항장에서 외상(外商) 및 외래상품의 상륙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은 객주와 여각이었다.

이들 객주와 여각은 17, 18세기 이래 전통적인 특권 시전에 대항하면서 성장한 상인층으로 서울의 한강과 지방의 각 포구에 자리잡고 도읍으로 운송되는 재화를 매점함으로써 자본을 축적하였다. 이들은 육의전을 비롯한 특권 시전상인들과는 달리 봉건적 상업질서를 붕괴시키면서 성장한 혁신적인 상인들이었다.

1883년에 체결된 한영통상조약(韓英通商條約)에 따라 외국상인들의 지방 행상이 허용되어 일상(日商)과 청상(淸商)이 상업망을 지방까지 확장하게 되자 민족상인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이 개항 이후의 회사설립은 이들 객주와 여각에 의한 것이었으나, 그들은 회사설립 자체를 일종의 특권으로 생각했고, 그 결과 회사는 설립과 더불어 일종의 특권단체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회사의 특권적 성격은 1895년의 갑오개혁에서 전통적인 육의전 특권이 폐지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상공업 장려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각종 산업 부문에서 많은 기업회사가 발생하면서 더불어 약화되어 갔다. 그리하여 민족회사는 조직 및 기능면에도 점차 근대적 기업회사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민족자본에 의한 기업활동은 189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크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상사회사(商社會社)뿐만 아니라 산업의 각 부분에 걸쳐 근대 기업회사가 설립되었다.

금융 부문에서 1896년 조선은행이 한국 최초의 은행으로 설립되었고, 한흥은행(漢興銀行)·제국은행(帝國銀行)·한성은행(韓城銀行)·한일은행 등이 잇따라 설립되었다. 이러한 민족은행의 설립에는 귀족의 토지자본과 거상들의 상업자본이 중심 구실을 했다.

육운업(陸運業)에서는 1897년 마차회사(馬車會社)가 설립되어 인천∼서울 간의 운송을 담당하였다. 광업 부문에서는 1900년에 해서철광회사(海西鐵鑛會社)가 설립되었으나 자본·기술의 부족으로 본격 채굴은 할 수 없었다. 기타 철도부설업·기선업 등에 진출하였으나 자금 부족과 일본의 방해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갑오개혁 이후 각종 산업 분야에서 근대 기업회사가 설립되었다. 이 당시 회사설립에서는 일반 서민 출신의 기업가는 귀족 또는 관료 출신의 기업가와 합작하는 것이 특색이었다. 그 이유는 자금 또는 회사설립 및 운영면에서 좀더 손쉽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10년 일본의 한국 강점 후, 민족자본의 성장을 방해하는 일제의 수법이 더욱 악랄해졌다. 1910년부터 계획, 실시된 토지조사사업은 한말에 일본인이 불법으로 취득한 토지를 법적으로 확인하고, 국유지 및 미개지를 일인 농사회사(日人農事會社)에 불하하였다.

일제는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구지주층을 포섭하여 식민지농정의 협력자로 삼으려 하였고, 전래의 소작제를 허용함으로써 민족자본의 성장을 방해하였다. 즉, 소작농이 대량으로 늘어나고, 농업이 영세 경영으로 악화되어 농업자본의 축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1910년 2월 제정, 공포한 「조선회사령」은 조선에서의 회사설립을 허가주의로 규정하였다. 「조선회사령」의 명분은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것이었으나 그 속셈은 일본 정부의 조선 개발정책에 따라 조선 내에서의 근대 공업건설을 견제하는 데 있었다.

1910년대 민족자본의 실태는 1917년 당시 공장 수는 1,358개이나 일본인 소유 736개 소, 조선인 소유 609개 소, 기타 13개 소인데, 조선인이 경영하는 부문은 피혁·제지·요업·금속·세공업 등 전통적 수공업 분야로서 자본금이 얼마되지 않았다.

반면에 제분업·연초제조업·제염업·인쇄업·제철업 등 비교적 거액의 자본이 필요한 공업은 일본인 소유 공장이 단연 우위에 있었다. 마땅히 공장별 평균 자본액은 일본인 소유 공장이 5배 이상이나 높았다.

1920년대는 공장공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기업 수는 일본인 소유와 거의 비슷해졌다. 1930년대 민족자본은 조선인 회사 수의 비율이 42%이나 공칭 자본총액 비율은 13.2%로 2억 1381만 원, 불입자본금 비율은 11.2%로 1억 2266만 원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 경영하는 회사를 업종별로 분석하여 보면 회사 수는 상사회사·공업·운수창고업·잡업 등의 순서이며, 자본면에서는 공업·상업·잡업·임수 산업 순위가 된다. 즉, 1930년대에는 특히 공업 부문의 진출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1937년에 일본은 중일전쟁을 감행함과 동시에 모든 기업활동을 전시 경제체제로 개편하였으며, 1940년에 접어들어 전세가 불리하자 총독부는 국책회사를 설립하고 민간기업체를 이에 통합하는 방침을 세웠다. 1942년에 공포된 「중소기업정리령」은 특히 조선인 기업체가 정리대상이 됨으로써 민족자본은 더욱 위축되었다.

결과적으로 일제하의 산업의 발달은 자본·경영·기술 모든 면에서 완전히 일본인 독점적인 지배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따라서 민족자본이 성장할 수 없었고 우리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 전형적인 식민지 수탈의 형태였다. 이러한 식민지 산업화는 일본의 산업을 보완하는 구조일뿐이었다.

8·15광복 후의 혼란과 6·25전쟁으로 인한 생산시설의 파괴 등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광복 후 농지개혁과 귀속재산 처분 등 자본조달의 기회가 있었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농지개혁은 단행된 다음해에 전쟁이 일어났고, 계획성이 부족하여 농촌의 유효자금을 산업자금으로 흡수하지 못했다. 다만 곡물투기상과 고리대금업자에게 비정상적인 자금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을 뿐이다.

1950년대 들어서 막대한 외국원조가 있었으나 대부분 국방비 조달과 인플레이션 저지를 위한 소비재 도입에 치중된 결과, 외국원조는 자본재로 활용되지 못하고 소비재에 치중됨으로써, 부당한 소비성향을 상승시키고 국내산업의 위축을 초래하였을 뿐 자본조달에는 실패하였다.

그리고 자본조달의 또 한 방법으로 외자도입을 들 수 있는데, 특히 1960년 후반부터 외자는 국내의 기간산업 발전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집중되었다. 우리 나라의 자본 축적은 1960년대 초반부터 급증하였다. 이는 경제개발계획의 실시와 공업화 추진에 따른 정부와 민간부분의 활발한 투자활동에 기인한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총자산의 규모가 파악된 것은 1968년과 1977년의 국부조사를 통한 3개 연도뿐이다. 총자산은 1968년 약 39조 원에서 1987년에는 약 371조 원으로 증가하였다. 국내 총자본 형성액은 1965년 1,288억 원, 1970년 6,825억 원, 1980년 12조 713억 원에서 1988년에는 37조 3661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영세자본을 모아 거대한 산업자본을 만들 수 있는 자본시장은 1956년 증권거래소가 설립되고 1962년 「증권거래법」이 제정됨으로써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나, 1960년 후반까지는 자금공급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1968년 「자본시장육성법」의 제정으로 비로소 기업공개 및 주식 분산의 촉진, 증권 관련기관의 확충, 거래제도의 개선 및 증권업무 영역의 확대 등으로 자본시장 육성기반이 마련되었다.

1972년 「기업공개촉진법」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육성으로 자본시장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1990년 9월 현재 상장회사는 650개 회사에 상장자본금은 23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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